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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82) 꿈이자라는 지역아동센터 장시영 목사

입력 : 2019-01-23 11:21:15
수정 : 2019-01-25 19:51:58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82)  꿈이자라는 지역아동센터 장시영 목사

꿈이자라는 음악놀이터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는 검산동에 있다. 2010년에 시작하여 탄현면 사무소 인근에 있다가, 검산동으로 2015년에 이사를 했다. 탄현면 마을회관에 있을 때 찾아뵈었으니 4년이 넘었다. 목사님은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계셨다. 아니, 아이들을 구경(?)하고 계셨다.

그날 검산초고 방과후 교실 아이들이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에 현장 체험을 나와 지층 넓은 홀은 아이들로 시끌법석이었다. 여기저기 아이들이 모여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드럼, 키보드, 기타, 트럼펫을 가르치고 배우는 중이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학생도 또래 검산초 아이들이었다.

오늘은 검산초 애들 26명이 왔는데 애들이 막 바짝 얼었어. 자기들 학교에서 맨날 보던 언니 오빠들이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니까 애들이 막 놀라서. 연주가 끝나서 애들한테 너희가 하고 싶은 악기 돌아가면서 다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애들이 겁먹어서 안 하려고 하다가 지금은 또 다 몰려들어서 시끌벅적해. 처음엔 막 안 하려고 하다가, 근데 막상 해 보니까 또래 친구들이 하면 할 수 있는 거거든. 레고 갖고 노는 거랑 악기 갖고 노는 거랑 별로 다를 게 없는 거지.” 목사님은 은근 아동센터 아이들을 자랑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음악놀이터로 자신감을 주는 지역아동센터

장시영 목사는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에 오는 모든 아이들이 악기 하나는 다루도록 지도하고 있다. 여기서는 어떤 경우에도 매일 개인별로 30분 이상 악기 연습하도록 하고, 합주를 시킨다. 개인 연습만이 아니라 합주를 해야하니까 빠질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매일 1365일 하다보면, 아이들 실력이 늘 수밖에 없고 실력이 늘면 재미있게 되어, 아이들이 악기를 장남감 다루듯이 갖고 놀게 된다고 한다.

우리 애들은 저기 우쿨렐레 갖고 연주해보라하면 안해. 시시하다고. 초등학교 1, 2학년 애들도 시시하다고. 우리는 여기를 음악 놀이터라고 해요. 악기를 거의 장난감 다루듯이 하니까. 애들이 한 가지를 익히면 열 가지를 한대요. 한 가지만 하면 열 가지를 할 수 있지만, 한 가지를 못 하면 열 가지를 못 하니까.”

이렇게 음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데는 장시영 목사 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딸이 실용음악과를 다니면서 대학 졸업하기 전부터 계속 주말마다 와서 봉사하다가, 졸업후에는 정식으로 음악교사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음악을 하자는 이유가 이거예요. 아이들 속에 누구든지 두려움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두려움이라는 껍질의 두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까면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우리가 몰라. 껍질을 깨고 나오면 전혀 다른 사람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껍질을 깨는 과정 중에 하나가 어떤 친구한테는 공부나 기술일 수도 있고 음악 쪽도 괜찮다는 거지. 어릴 때 껍질을 깰 수 있는 좋은 접근 방법이 음악이에요. 음악이라는 게 또 혼자 하는 것도 없어. 같이 해야 해.”

지금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에는 한국가정 아이들 17명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10명이 다니고 있다.

 

 

 

 

너희는 절대 공짜 밥 먹는 건 아니다! 절대 기죽지 마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10명 정도 있는데, 그 아이들이 1학년부터 와서 이제 새해 되니까 6학년이 돼요. 그 애들이 동생들 데려오니까 이어서 또 하고. 이제는 외부로부터 후원을 가끔 받아요.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 방침은 너희는 절대 공짜 밥 먹는 건 아니다. 너희들 혹시 친구들이 학교에서 너희들에게 뭐라고 하면 절대 기죽지 마라고 합니다.”

장시영 목사는 자신들이 도움 받았다는 것으로 인해 기죽어서는 안된다고 교육한다고 말했다. 후원이나 지원을 아이들이 결정하도록 하고, 자신들이 역할을 찾아 발표회나 축하공연 등으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벤포스타공화국이 떠올랐다. 벤포스타 공화국의 아이들은 세계 곳곳을 돌며 서커스로 홍보도 하고 후원금을 받는다.

외부에서 푸드뱅크나 성탄절이나 그럴 때 뭘 주려고 하면 안 받아요. 우리가 꼭 필요하면 아이들에게 회의를 해서 정하게 하죠. 혼자만 필요하다고 하면 안 되고 다섯 명 이상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식으로 해서 1년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아이들이 자치적으로 회의해서 결정한 거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자기들이 한 결과물을 남한테 보여 주고 싶기도 하니까.”

 

 

2의 가정이자 더 큰 가정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는 파주C 권역에 속한다. 통일초등학교, 갈현초등학교, 탄현초등학교, 삼성초등학교, 검산초등학교가 파주C권역이다. 검산초등학교는 탄현면이 아닌데도 같은 권역으로 묶인 이유는 원래 탄현초등학교 검산분교였기 때문이다.

장시영목사는 아이들을 위해 이곳 저곳 연계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2013년도에는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농어촌희망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탄현면 마을 탐방도 하고, 헤이리 6개 공간과 협약을 맺어 체험학습도 했다. 지역의 노조와 기업의 후원으로 아이들 교복과 졸업 선물도 마련한다. 이번 달에는 에버랜드 캐리비언캠프를 간다. ‘꿈이자라는아동센터밴드에는 아이들이 활동한 내용이 매주 실려있어, 아이를 맡긴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친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센터에서 함께 하며 부모 형제 가족처럼 서로를 믿고 따르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2의 가정이전에 더 큰 가정’, ‘더 든든한 가정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오면 깜짝 놀라. 자기들이 알았던 아동센터가 아닌 거야. 완전히 애들만 모아 둬서 활동하는 데는 처음 보는 거지. 경제적으로든 뭐든 그런 부분이 어렵긴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랑은 상관없는 거예요.”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 일반 아동을 전체 인원의 30%까지 받아서 함께 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서, 그 가정의 부모나 아이들이 겪는 고충도 많았다. 엄마와 새아빠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가 이곳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에서 마음을 열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듣고 있자니, 고마움이 저절로 일었다.

 

 

배운 것을 가르치고 베푸는 아이들

지금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는 평생학습과에 프로그램 신청을 해서 영어뮤지컬과 논술 지도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기는 받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더 많은 아동센터이다. C권역 학교 아이들이 방과후 교실 프로그램으로 이곳을 찾아와서 악기를 배우고 체험한다. 아동센터가 학교 방과후 교실의 학습장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방과후 교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센터 아이들은 방학마다 밴드여행을 떠나서 시골에서 공연을 한다. 공연할 때 이동식 발전기가 없어서 애를 먹곤 했지만 꾸준히 밴드여행을 떠났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있어 엄마나라를 찾아갔다. 2013년에는 필리핀에 가서 2주간 악기를 가르쳐주고, 영어공부도 하고 왔다. 2017년에는 베트남에 가서 공연도 하고, 베트남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기증하고 왔다.

이렇게 배운 것을 나누는 것이 몸에 벤 아이들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2016년부터는 합창을 배우고 있다. 삼성에서 강사를 파견해서 지도를 받고, 페스티발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2년만에 우수상을 받고, 작년에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센터장인 장시영 목사는 아이들 칭찬에 여념이 없다. 여러 가지 영상을 보여주면서 자랑하고 또 자랑한다.

작년에 최우수상을 받아서,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하는 ‘SM뮤직 페스티발에 가서 공연한 거예요. 2017년에는 우리 초등아이들이 SM에서 밴드공연도 했어.”

 

월드 아이 드림 코러스를 꿈꾼다.

장시영 목사는 2017년부터 이생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직업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제과제빵, 바리스타, 웹디자인, 목공인테리어, 코딩 다섯 개 과목에 열 명씩 해서 오십 명을 20183월부터 25주간 직업교육을 했다. 방학기간이나 주말에는 직업체험을 통해 얻게 된 재능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교육생들이 봉사할 곳을 스스로 찾아서 경로당이나 장애우시설 등에서 봉사한다. 직업체험학교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또래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과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네 개의 기관이 월드 아이 드림 코러스를 만들고 싶어요. 50명 정도. 월드 아이 드림 코러스. 월드는 다문화센터, 아이는 지역아동센터, 드림은 드림스타트프로그램, 코러스는 합창단. 네 개의 기관 이름이 다 들어간 거예요. 다른 센터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자기 나라에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요. 엄마한테 베트남어 계속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해요. 그런 아이들이 크면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베트남에도 지역 아동센터를 두 개 세웠어요. 여기 아동센터에서 자랐으니 가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시영 목사는 음악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지난 8년간 음악의 힘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자신감을 얻고, 배운 것을 나누고,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만든 장시영 목사. “감사하다는 말씀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서는데 꿈이자라는지역아동센터’ 2층 건물이 거인처럼 아이들을 품은 것 같았다.

 

글 임현주/ 1면 사진 임현주/ 그 외 센터 제공

 

아이들 보금자리를 지켜줘야

 

지역아동센터는 파주에 23, 전국에 4,200여개가 있다. 저소득 및 결손가정, 맞벌이가정 아이들이 부모님 오시기까지 또래들과 어울려 공부도하고 놀기도 하는 안전하고 따듯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요새는 거의 모든 가정이 맞벌이여서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제2의 가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아동센터 운영자와 사회복지사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운영보조금 인상률이 2.8%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률(10.9%)4분의 1 수준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지역아동센터의 요구를 반영해서 예산을 통과했는데,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삭감 조정된 것이다. 이에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촉구 성명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동안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안에는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운영보조금 인상률이 2.8%가 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 10.9%에 크게 못 미치므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비에서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 운영자들의 시름이 깊다. 지난 115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4200여 곳에 달하는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했다.

아이들에게 제2의 가정이 되는 지역아동센터가 지역마다 특색있게, 그리고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으며 운영되길 소망한다.

 


 #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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